절이다.
담그다.
곰삭다.
김치를 담그는데 사용되는 말이지만 정겹다.
이런 말 속에 들어있는 의미가 갖는 휴머니즘 또한 애틋하다.
결국 김치를 담고,
김치를 먹는 과정이란 게,
생명의 문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꾼다 : 푸성귀를, 마치 아이 안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긁어주고 어르듯이 정성을 다한다.
다듬는다 : 칼을 쓰지 않고 낱낱이 손가락으로 다듬고 가른다. 이 과정에서부터 손맛이 들기 시작한다.
씻는다 : 모든 푸성귀는 세벌 씻고, 맑은 물에 여러 번 헹구었다. 세벌에는 금기적인 의미도 있다고 한다.
썬다 : 채소를 조리할 때 가급적이면 쇠칼로 써는 것을 피했다. '썬다'는 파괴동작을 기피했는지도 모른다.
간다 : '간다'는 동작은 마술처럼 정교하고 신비롭다. 돌확에 사용 경륜에 따라 김치맛이 달라졌다고 한다.
절인다 : 김치를 담글 때의 첫번째 질적인 변화과정이다. 조금씩 서서히 간을 배게 하는 과정이다.
담근다 : 김치 맛의 오묘함은 양념들의 다양한 배합에 따른 것이다.
-장을 담그다, 술을 담그다, 김치를 담그다라고 하듯이 발효식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근다라고 한다.
삭힌다 : '삭은 맛'은 음식의 발효로부터 온다. '삭은 맛'은 가장 한국적인 맛이기도 하다.
갊는다 : 김치 보존의 상한온도가 4°C라고 한다. 응달에 있는 장독대에 독은 바로 김치를 갊는 창조물이었다.
묻는다 : 흙의 단열효과를 이용해 오래 보관하려면 김치독을 땅에 묻었다.
덮는다 : 짚은 보온, 보습, 방풍을 해 주어, 채소류의 보관재로 적당했다.
붉은 색으로 익기 직전 푸른 토마토에 김치 양념을 넣은 토마토 소박이
푸른 토마토 소박이는 고급 샐러드 김치로, 양념 배합에 따라 간식이나 애피타이저로 활용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채소조리는
써는 동작을 가급적 기피하거나 삼가했다고 한다
마늘이나 생강은 으깨거나 다졌고, 고추는 돌확에 갈아썼다.
모든 김치는 칼을 대지 않고 통째로 담그는 것이 원칙이었다.
담근 김치도 손으로 찢거나 무질러놓았다고 한다.
채소에 철물을 대면 맛이 반감한다는 조리철학에서였다.
나물 캐는 칼이나 무를 자르는 칼도 대나무칼을 이용해 썼다고 한다.
음식의 발효는 신명이 좌우하는 신비스러운 과정이었고,
쇠가 닿으면 신명이 노하거나 싫어한다는 철물기피 문화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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