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passage

봄꽃

 

 

봄꽃들은
우선 저질러놓고 보자는 심산 같다
만발한 저 어린것들을
앞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딸아이 돼지저금통을 깨
외출하는 봄날 아침
안개가 걷혔는가 싶었는데
저런 저기 흰 벚꽃
박물관 입구 큰 벚나무
작심한 듯 꽃을 피워놓고 있었다
    
희다 못해 눈부시다 못해
화공약품 뿌린 듯한 오래된 벚나무
흰빛은 모든 빛을 거부해서 흰빛
가까이 가면 내가 표백될 것 같았다

                        

 

                                               이문재, 꽃멀미 중에서

'The pass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수리 사냥 십계명  (0) 2015.05.23
꽃자국  (0) 2015.04.26
사람의 마음이 변한다는 것은  (0) 2015.04.25
꽃이 피는 이유  (0) 2015.04.15
바이올렛 - 신경숙  (0) 2015.04.15
안부  (0) 2015.04.02
인연  (0) 201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