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passage

호수, 문병란

 

 

호수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랑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The pass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노래  (0) 2016.11.08
가을바람  (0) 2016.09.29
어제, 천양희  (0) 2016.08.29
사랑이라는 것  (0) 2016.07.23
어제가 좋았다  (0) 2016.07.03
날씨의 맛  (0) 2016.06.25
저문 유월의 비  (0) 201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