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轉의 행복과 통쾌함 /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여자의 벗은 몸은 싸구려 트로피 같다.
아무 감동도 없는 육체.
테니스 공이건 골프 공이건 상관없이 자랑처럼 품은 젖가슴.
언제가는 허물처럼 벗겨져 버릴 금도금의 맨질맨질한 피부.
승자도 없이 참가자 전원에게 지급 될 똑같은 모양의 무의미한 곡선.
2007 제 31회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바람이 몹시 불고 손끝이 아리도록 시린 어느 날 저녁,
온 몸에 땀이 차도록 달리기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던 길, 동네서점에 들러 샀던 것 같다.
요즘 집에서 문대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이것 저것 처리할 일이 많아져서,
예전 같이 산에도 못가고, 바느질도 못하고.. 간간이 책읽기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보니
짬짬이 짜투리 시간은 책을 읽고 있다.
요즘, 읽은 책이 2007년 이상문학상이다.
이번에도 역시 수상작보다는 추천작이 나는 더 맘에 들었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라는 제목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자의 벗은 몸은 싸구려 트로피 같다'
이 문장을 외울 만큼 읽고 또 읽었다.
누드사진관을 운영하는 남자와 화려하고 현란한 여행사업가인 아내,
누드사진관에서 일을 배우는 18세의 녀석..
세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 일기 시작한다.
기여코 아내는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며 나간다.
아내의 뒤를 쫒던 남자는 누드사진관에 들어가는 순간 녀석의 말을 엿듣게 된다.
예뻐요. 그냥 편안하게 절 보세요. 정말 예쁘다니까요..
아내가 이혼을 선언하고, 스커트 자락을 날리며 녀석에게 달려온 거라고
남자는 생각하며 몸을 부들부들 떤다.
스튜디오의 문을 여는 순간 플래쉬가 터지고
은은하고 몽환적인 조명 아래 쑥쓰럽게 웃으며 누드 사진을 찍는 여자는
주글거리는 젖가슴을 드러낸 녀석의 가난한 할머니였다.
영정 사진을 소망하는 할머니의 늘어진 젖가슴을 찍고 싶었다는 녀석..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스튜디오를 나온다,
뒤따라 나오는 녀석을 남자는 부둥켜 안는다.
통쾌한 반전과 결말에 나는 행복했다.
그래 ..
추천작인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를 여러 번 읽었는지 모른다.
삶에도 이런 통쾌한 반전이 있다면,
살아간다는 일이 좀 더 투명하고 명쾌해 질 것 같다.
어차피 삶이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적인 것일테지만
단 한 번 주어지는 삶이기에
좀.더. 의미있고 가치있게 보내고 싶은 것이다.
瑞 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