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ssage

가슴에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한닙 2017. 3. 28. 23:17

 

 

<가슴에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는 몸이 조금 불편했고 남자는 무심했습니다.

모르는 사이이니 괜찮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여자와 남자는 기차에서 조각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않았고 기차에서 내릴 때

남자가 여자를 조금 도와준 것으로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흐르는 시간도 흐르는 풍경도 여행자라서 괜찮았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숙소에서 만났습니다.

우연이었습니다.

다시 만나는 것은 처음과는 달랐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눈 입자만큼 각진 인생 이야기를 들었고

남자는 여자가 만든 뜨거운 양파 스프 한 그릇을

같이 나란히 나눠 먹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했던 시간의 냄새도 떠올렸습니다.

주관적인 모든 것들은 객관화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세상 속에 있어서 같았고

그것이 먼 세상 속을 통과한 것이어서 또 달랐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여행자이기에 그쯤이야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여자가 가방을 끌고 길을 나섭니다.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남자가 2층 창문을 열고 발코니에 서서 손을 흔듭니다.

여자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남자의 손 흔드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잠깐만 기다리라 했습니다.

 

우산처럼 기억될 것입니다.

멀어지지만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한동안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를 못했는데

요즘은 책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핸드폰도,

컴퓨터도,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지고

아날로그적인 것에 익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