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한가운데

미도리의 방에서 만난 소멸된 시간

한닙 2009. 3. 4. 16:44


#1.
어두운 책상 위에 꽂아 둔 해바라기가 채 시들기도 전에
그 사람은 떠나 버렸다.

멀리, 아주 멀리...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나는 이제,

그가 연주하는 멜로디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 2.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미도리의 방을 보는 순간,
와타나베군이 만나고 싶어졌다.

내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는 와타나베군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남자였으니까...


# 3.

와타나베군과의 만남은 이번이 세번째인가 네번째인데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이 와타나베군이었는지,
쥐의 친구인 <나>였는지,
귓볼이 없는 사내였는지,
양사나이였는지,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 4,

이층 창가, 미도리의 방을 엿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와타나베군을 만나면서
아주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소멸된 기억들이 떠올랐다.

하필...
봄이 시작되려는 삼월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