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제거하기
박민규의 <카스테라>에서
이 냉장고의 전생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1.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
대형 냉장고는 소음을 내며 돌아간다.
화자는 냉장고에 소중하거나 불편한 현실을 차곡차곡 담아간다.
아버지를..
어머니를..
맥도날드를..
학교와 동사무소를,
신문사와 오락실과 7개의 대기업과 5명의 경찰간부와 낙도초등학교의 어린이들과 경기고속 소속의 좌석버스와 지하철 2호선과 5종류의 삼각김밥과 11명의 방송국 피디와 51개의 벤처기업과 2명의 영화감독과 3명의 소설가와 192명의 공장장과 5명의 회사원과 31명의 수입업자와 2명의 성형외과 의사와 3명의 댄스가수와 두사람의 취객과 1마리의 비둘기와 3명의 사채업자와 2명의 프로레슬러와 1명의 병아리 감별사와 180만 명의 실직자와 36만명의 노숙자와 67명의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그 중 결정적인 것은
미국을 집어넣은 것이다.
화자가 냉장고에 차곡차곡 무언가를 담아갈 때에..
그 무언가의 실체가 참으로 나를 흥분시켰다.
냉장고 안은 복잡해져갔고,
현실은 점점 조용해져갔다.
냉장고는 밤이면 더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최초의 훌리건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였다는 말이 있다.
마지막으로 12억 6810만명이 사는 중국을 넣었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두 사람의 중국인도 찾아내어 마저 넣는다.
어둠 속에서, 평소보다 큰소리로 냉장고가 울어대던
세기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냉장고의 중앙에는 한 조각의 카스테라가 놓여 있었다. 살짝 한 입 베어물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입과 코를 지나 멀리 유스타키오관까지 퍼져나간다. -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을 때에 이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카스테라가 나를 반겨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