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한가운데

시월에는

한닙 2015. 10. 10. 10:01

 

#1.

 

꼭 해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게 몇가지쯤 있다.

 

컴퓨터 파일 정리하기

- 사진파일, 음악 파일, 퀼트 패턴과 설명서, 그림 도안들이

너무나도 난잡하게 흩어져 있다. 

 

책 정리하기

- 몇 년전, 생애 처음으로 책정리하면서

안보는 책 오백여권쯤을 중고로 팔았다.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책들이 방치되고 있다.

 

그리고,

퀼트용품 정리하기.

하, 이게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다.

 

 

 

#2.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마지막 갖는 로망, 혹은 욕심이 있다면

그릇이라고 한다.

 

그릇을 수집하는 지인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 집 거실은 우리집 퀼트장만큼이나 그릇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장마다 그릇들이 빈 공간도 없이 빼곡히 겹쳐 있는데

스크래치가 날까봐

그릇이며 찻잔이며 접시, 하나하나에 비닐이 깔려 있었다.

 

설명을 들으니

광고에 자주 나오는

포트메리온 그릇은

아래 단계였고,

유럽의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쁜 그릇들이

눈을 호사시켜 주었다.

 

거기서 나름 찜해 두었던 게,

폴란드 찻잔과 저그 (꽃문양이 딱 맘에 들었다)

몇 개쯤은 있으면 살림에 윤기가 날 것 같았다.

 

내가 지금도 위시리스트로 장만하고픈 그릇이 있다면

폴란드 그릇 시리즈인데,

물론 아직도 폴란드 그릇을 집에 들이지 못했다.

 

그보다는

퀼트용품을 쟁이는 게 먼저였다.

 

 

 

#3.

 

나에게도 그릇장이 몇 개 있긴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릇은 싱크대 윗칸으로 얌전히 옮겨졌고,

그릇장과 콘솔에는 

원래의 용도 대신

퀼트 원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릇보다 퀼트원단이 세배쯤은 더 많은데

퀼트 원단보다 세배쯤 더 많은 게 책이다.

그런데, 그 책의 1/3이 퀼트책이다.

 

결국 살림의 대부분이 퀼트용품으로 채워져 있다는 얘기인데

퀼트용품 정리하는게

시월의 과제이다.

 

퀼터들의

리스트에는

언제나 퀼트용품 정리가

새로운 프로젝트의 다음 순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