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난장이들
살아가면서 가끔씩 노래를 듣는다.
줄 끊어진 기타를 치며 부르는 영희의 노래,
영희가 최후의 시장에서 사 온,
줄 끊어진 기타를 들고
언제까지 노래를 부를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맨 꼭대기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바로 한걸음 정도 앞에 달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피뢰침을 잡고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맨 꼭대기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바로 한걸음 정도 앞에 달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피뢰침을 잡고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자세로 아버지는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본문 중에서-
난장이는 지섭이 건네준 <일만년후의 세계>를 본 뒤, 달나라로 떠났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의 작가 조세희 선생님은
나에게 무언가 특혜를 줘야 할 지 모른다.
나는 이 책을 무려 여섯 번이나 샀다.
이 책을 빌려간 사람들은
도대체 책을 돌려주지 않는다.
피뢰침을 잡고 종이 비행기를 날리던
난장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혹은 최후의 시장에서 사온
영희의 줄 끊어진 기타소리가
듣고 싶을 때마다,
그리고
조세희 선생님의 약간 건조한
그 문장들이 읽고 싶어질 때마다
나는 다시 책을 사야 했다.
신애는 저 자신과 남편을 난장이에 비유하고는 했다.
우리는 아주 작은 난장이야, 난장이...
아버지는 전 생애를 통해서 그의 시대.사회와 불화했던 사람이다.
신애는 남편이 같은 혈통의 사람임을 잘 알았다.
좋은 책을 쓰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던 남편은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실어증 환자로 생각했다.
증오하는 돈도 죽어라하고 벌었으나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 책 본문 중에서-
나는 신애나 신애의 남편과 비슷한 우리 시대의 난장이들을 자주 만난다.
어쩌면 나와 내 남편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난장이 가족인지 모른다.
오늘도
최후의 시장에서 사온 줄 끊어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 시대는 힘든 시대이고, 그 시대를 문장으로 축소할 만큼 충분히 이해해야 글은 쓰여지는 것이다."
작가 조세희 선생님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