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한가운데
휴일 오후에
한닙
2015. 10. 19. 19:54
#1.
너무나 피로해서
종일을 뒹굴며 잠만 자도 부족할 것 같은 휴일
동생이 엄마 집에 들리겠다고 한다.
졸려서 눈도 잘 떠지지 않는데
엄마 집에서 동생과 함께 짐 정리를 한다.
엄마는 아직 살아계신데도
옷들을 하나하나 뒤적거리다가 결국은 대부분을 버리기로 한다.
오후를 꼬박 소비해서
방 하나를 정리했지만
며칠 분량의 일거리가 아직 더 남았다.
#2.
보통은 바쁘다고 후다닥 가 버리는 동생이
그 날 따라 안 가고 밍기적거린다.
지가 가야지 나도 집에 가서 좀 쉴텐데
동생은 집에 갈 생각이 없고
나가서 밥을 사 먹자 한다.
저녁 사 먹고
다시 들어와서 차 한잔씩 마시고
언제 가려나 싶은데
늦게 가도 된다며 좀더 있다가 가겠단다.
동생은 결국 밤 11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3.
엄마 집 정리 다 마치고나면
텅빈 집에 들어가기 싫어지겠다.
그런데,
그 텅빈 공간조차도
올 겨울이면
없어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