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passage

사람 사이에 정이 드는 거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욱진. <안뜰> 1990년.



공간이 넓으면 사람끼리 정이 덜 붙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문제가 있는 가족은 대개 크고 넓은 집에 산다.
넓디 넓고 화려하게 가꾼 집에서 각자 외로워하며,
자기만 중요하다고 하면서 서로를 다쳐가며 살곤 한다.
'유리의 성'이라고 할까, '허영의 성곽'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넓은 집에서 산다고 가족의 정이 쌓이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그 넓음 때문에 만남의 빈도는 적어지게 마련이고,
자주 만나지 못할수록 마음은 멀어질 수 있다.

사람 사이에는 '친밀 공간'이라는 것이 있다.
친한 대화를 하려면 적절한 거리, 적절한 구성의 '대화공간'이 성립해야 한다.
사람 사이의 공간 거리에 따라 대화의 종류도 달라진다.
마주 보는 것보다 옆에서 보는 것이 친하게 느껴지고,
팔꿈치가 닿을 듯하면 더 가까운 대화가 오기도 한다.
그렇게 공간심리란 묘한 것이다.

요새 유행하는 엄청나게 큰 쇼파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할 수 있는 얘기와
그저 낮은 상 앞에서 무릎을 맞대고 하는 대화,
또는 이불 속에서 다리를 묻고 하는 이야기란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말 속에 정이 오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작은 공간 속에서 정이 쌓인다는 말도 틀림없이 맞을 것이다.


                                                  <이 집은 누구인가>에서 / 김진애

 

명절이 다가오면,

환하게 웃는 일도 있지만,
찡그리는 일도 생기고,
마음 불편해지는 일도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긴 이동행렬을 따라
고생길을 자처하며 고향을 찾는 이유는
짫지만 그렇게 북적대는 과정이,
친밀 공간의 즐거움을 만들고,
각박해진 삶의 활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