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술자리에서
얼결에 약속했던
벼르고 벼른
태백산 신년 일출산행,
정희성 시인의 詩만큼이나
좋은 산행이었다.
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2002, 창비 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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