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주로 작가들로 구성된 로큰롤 밴드에 가담하게 되었다.
원래는 일회성 행사로 끝날 예정이었다.
우리는 전미 서적상 총회에서 두차례 공연을 가지면서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고
낭비했던 청춘을 서너시간 되살려 본 다음 각자의 길로 흩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 그룹은 결국 해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함께 연주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차마 헤어질 수 없었다.
게다가 진짜 뮤지션들이 합류하여 섹소폰과 드럼을 맡으면서 우리 음악도 제법 들을만했다.
돈을 내고 들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떼돈을 벌 수야 없겠지만, 흔히 말하는 술값 정도를 벌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우리는 연주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에 대하여 책도 썼다.
그리고 아직도 이따금 모여서 연주를 한다.
-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던 어느 책에서-
2.
도서관은 내 감성을 울리는 또다른 공간이기도 한데
불행히도 도서관 근처에 살았던 행운은 없었다.
10대에는 새벽 첫차를 타고 남산도서관이나 정독도서관 같은 곳을
책보따리 끼고 다니기까지 했는데,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받는 또다른 에너지 때문이었는 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와서
집 근처에서 도서관 신축을 하는 공사현장을 보게 되었을 때
나에게 소망하는 행운이 따라줄까에 대해 미심쩍어 했는데
이듬해 봄
소원이 이루워졌다.
3.
시간만 된다면
도서관에서 아예 코를 박고 살고 싶을 정도인데
현실적으로 내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두세 번 정도다.
그것도 매주 요일을 정해서 다니고 싶어 스케쥴에는 그렇게 등록을 해 두지만,
늘.. 계획이 변경되기 일쑤다.
한달에 몇 번 안 되는 그 시간은 나에게는 참으로 황홀한 순간이기도 한데
처음 도서관이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실망스럽던 것이 (생각보다 부족하기만 했던 책 때문에)
요즘 들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확인하며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맛본다.
4.
빨리
봄이 오면 좋겠다.
살랑대는 봄바람을 맞으며
도서관 옆 벤치에서 사랑하는 그이와 따뜻한 커피 한 잔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生의 한가운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시대의 양심 - 이영희선생님을 추모하며 (0) | 2010.12.05 |
---|---|
조락의 계절 (0) | 2010.11.06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1) | 2010.10.18 |
정말이지 어글리했던 어그부츠 (3) | 2010.02.07 |
立. 春. (0) | 2010.02.04 |
커피중독 (0) | 2009.12.02 |
가을과 겨울의 사이 (0) | 2009.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