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눈도 많이 내리시고,
날씨도 많이 추웠던 까닭에..
쇼핑을 하다가 맘에도 없던 어그부츠라는 걸 충동 구입했다.
불경기로 여기저기서 세일을 하고 있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사게 되었는데..
어그부츠란 게 시중에 판매된 지 5~6년 쯤 되었는데 이제서야 그걸 사다니
유행에 참 뒤진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제는 그 어그부츠란 놈을 대여섯 번쯤 신고 나갔을 때였다.
어느 순간 걸음이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다.
몇 년 동안 친구에게 걸음 걸을 때 오는 불균형 상태를 치료받은 뒤라
이 부분에서 나는 조금 민감한 편이다.
처음 그 느낌이 들었을 때는 눈이 많이 내려 도로상태가 안 좋아 그러려니 했다.
다른 신발을 신으면 괜찮다가 어그부츠만 신으면 불편한 느낌이 오는 걸 며칠 더 지나서야 깨달았다.
신을 벗고 뒷꿈치 부분을 자세히 보니
왼쪽 뒷꿈치 부분이 발목 안쪽으로 살짝 내려 앉으며 꺾여 있었다.
부츠를 산 지 20여 일도 되지 않았을 때다.
이 못난 걸 계속 신으면 몸에 썩 안 좋을 것 같아 고민이 되었다.
(지난 가을 남편이 병원에 있어 한달 여를 병원서 잤더니..허리도 뻐근하니 많이 안 좋은데..)
신던 신발이니 반품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불량을 산 것 같아 속이 상했다.
그래도 20일 짜리를 그냥 버리기에는 누군가의 검증이 필요했다.
남편더러 걸음걸이를 뒤에서 봐 달라, 부츠의 뒷축이 이상하지 않냐 등등의 구질구질한 부탁을 해 놓고
아깝지만 그냥 버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냈다.
그나마, 재활용 수거일에 내 놓으면
멀쩡한 물건은 누가 가져가는지 돌아서면 없어지곤 하는데
누군가 유용하게 사용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속 쓰린 걸 애써 참았다.
사랑하는 사람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떠난다는데..
그까짓 20일짜리 어그부츠 쯤이야.. 내다 버리고나니 쉽게 잊어버렸다.
어그부츠가 상당히 어글리 하다는 사실은 그 뒤에 알게 됐다.
어그부츠에 대한 씁쓸한 경험이 있는지라...
어그부츠를 신고 걸어가는 여인네들의 뒷꿈치에 자꾸 눈이 간다.
그러다가 신기한 걸 찾아냈다.
대부분의 어그부츠 뒷꿈치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살짝 구겨지며 내려앉는다는 사실
- 몸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아마 걸을 때.. 다른 신발보다 불편할 거라는 짐작과 함께,
내 20일짜리 어그부츠도 불량이 아니라 평범한 제품이었다는 거다.
(그제서야 속쓰림이 덜어졌다.)
나는 불편한 어그부츠를 쉽게 포기해 버렸는데..
다른 분들은 그 불편한 걸 신고 잘도 걷는다.
퍽이나 신기하고 신기해서 어그부츠 신으신 분들을 만나면 그 걸음걸이를 연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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