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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에 묻히다

순록으로 기억하다

 

 

              순록으로 기억하다

 

 

                                           류시화

 

 

 

내가 시인이라는 걸 알고 어떤 이가

툰드라의 순록에 관한 시를 써 보라고 했다.

가축화 되기 전에 순록은 야생으로 무리지어 먼거리를 이동했는데

소금이 필요할 때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천막으로 다가왔다.

이때 다른 무리들은 모두 소금을 받아먹어도

한 마리 순록만은 먹기를 거부하며 서 있었다고 한다

인간들에게 소금을 제공받는 대신

그 순록은 나머지 족속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 나와

의연하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인간과 순록들 사이 무언의 약속이었다

순록의무리는 그럼으로써 인간에게 종속되지 않을 수 있었다

소금의 바람 속에 서 있어 본다

그 순록으로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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