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서늘해오니,
무엇보다 책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따끈한
새 책 냄새,
가만히 책갈피 속으로 고개를 밀어 넣는다.
당신의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나는 일렁이며 설레었다.
물렁한 안개가
최초로 가슴 속에서 일어나듯이
열일곱 걸음을 더 가면
당신과 나의 시간을 포갤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당신에게로 열일곱 걸음을 더 가서도
나는 당신을 종내 만나지 못했다.
내가 당신에게로 가는 그 길은
당신이 앞서 내고 간 길 아닌가.
세상에는 길이 하도 많아
돌길과 뱃길과 달과 별의 길을 다 헤아릴 수도
좇을 수도 없기 때문인가.
열 일곱 걸음은 얼마나 멀고 먼 사랑의 거리인가.
- 책 속에서-
선선하고
차가운 계절,
가을이 꽉 차 오는 시간,
그 계절이 이렇게 걸어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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