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冊에 묻히다

만남 - 서경식과 김상봉


서경식

그에게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은 한때의 관념적 질문이 아니라 평생을 지고 가야할 실존적 문제이다.
그는 일본에 산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그는 불편한 이방인이다. '빼어난 일본어 표현'으로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까지 수상한 이 작가의 혀와 펜은 곧잘 일본이라는 국가, 국민의 벽을 난타하는 망치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살아왔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에서도 낯선 자이다. 또 국가와 국민에 대한 그의 비판이 '5,000년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의 '성공신화'에 매달리는 한국인을 겨냥할 때 이 나라 역시 그를 외면할 지 모른다. 요컨대 그는 '재일 조선인'이다.


김상봉 

그는 서경식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개인사와 역사가 구분될 수 없음을 증언해 온 인물이라는 것, '우리가 누구인지'를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풀어갈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 본 사람이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상봉 자신이 서경식과 동일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온 사람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상봉은 철학자이다. 그는 현재 철학과 교수이지만 철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철학이 곧 자신의 삶이라는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다.

                                                                                                                <만남> 서문 중에서




온라인에서 알게 된 아프님에게 소개 받았던 책이다. <만남>은 서경식 선생님과 김상봉 선생님의 대담집이다.

김상봉 선생님의 강연도 소개 받았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듣지는 못했다.
읽을 책들이 밀려 있어 드문드문 읽어나가는 책, 김상봉.서경식이라는 두 사람과 책장 사이에서지만 가치로운 만남을 갖을 수 있다.

'冊에 묻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의 - 거리만큼 그리운  (0) 2014.09.30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  (0) 2014.09.20
五월이 주는 한 줌의 위로  (0) 2014.05.17
책 냄새  (0) 2014.03.17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  (0) 2014.02.19
울고 있는 소  (0) 2014.02.05
순록으로 기억하다  (0) 201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