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몽골 여행 중
계속 가슴에 멍울이 진 듯 답답하고 슬픈 기분이 들었던 것은
700년, 800년 전 고려말,
원나라였던 몽골에 지배당했던 힘없는 고국의 여인들이 자꾸 생각나서였습니다.
무지막지한 몽골 군인들에게 공녀라는 이름으로
물 설고 낯선 땅에 끌려와 이 삭막한 사막이나 초원에 버려지듯 흩어져
고국과 부모 형제를 몽매에 그리며 몽골땅에 뼈를 묻은 한국 여자들의 원혼을 보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런 과거가 자꾸 연상되는 것은 내가 외국에 나와 살기 때문이었을까요?
고급스럽게 화려하게 펼쳐지던 그들의 민속 공연장에 갔다가
그들의 춤이나 애절한 노래를 들으면서도
문득 몽골의 광활한 초원에서 무섭도록 세찬 바람에 휩쓸려
생을 마친 한국 여인의 울음소리가 메아리도 만들지 못하고 스러지는 모습을 듯는 듯 했습니다.
- 마종기 -
수많은 나무 중에서 기타의 앞판을 만드는데 쓰이는 나무는
스푸루스와 시더 두가지 계열이 대부분이랍니다.
스푸루스는 가문비 나무, 시더는 삼나무 계열인데
스푸루스는 좀더 밝은 음색이, 시더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난다고 하지요.
그런데 스푸루스는 기타를 치면 칠수록 소리가 더 익어서,
제대로 소리를 내려면 1년은 쳐야 한다고 하네요. 시더는 그렇지는 않고요.
어떤 기타는 칠 때 향긋한 나무 냄새가 사운드 홀에서 은은하게 풍기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나무의 향에도 취하고 음색에도 취하지요.
실제로 나무의 측후면 재료로 많이 쓰이는 로즈우드는
장미향이 나는 나무라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고 하네요.
한옥집도 그렇지만 몇 십년 걸쳐 잘 건조된 나무로 만든 기타는
보기도 아름답고 소리도 참 좋습니다.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지요.
실제로 어떤 분은 기타를 1년에 두 대 정도만 만들지만,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치 신을 만나는 것 같은
경건함을 느끼시기도 한다고 합니다.
나무를 다루는 목수이면서 소리를 다루는 숨은 음악가들이 바로 기타 장인들이지요.
- 루시드 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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