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한 학기동안
돈암동 성당의 이준호 신부님에게 강의를 들었다.
여름이 막 시작되는
마지막 강의에서
신부님은 이런 글이 담긴 종이를
책에 직접 붙여주었다.
여러 번 읽었지만
나를 또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거나 탐스러운 과일이 달린 나무밑에는 어김없이 길이 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 이치로, 아름답고 향기나는 사람에게 사람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좀 손해보더라도 상대를 위해 아량을 베푸는 너그러운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함께 있고 싶어집니다.
그 향기가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을 적시어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나 또한 그 향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스치듯 찾아와서 떠나지 않고 늘 든든하게 곁을 지쳐주는 사람이 있고,
소란 피우며 요란하게 다가 왔다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훌쩍 떠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리없이, 조용히, 믿음직스럽게
그러나 가끔 입에 쓴 약처럼 듣기는 거북해도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해 주는 친구들이 있고,
귓가에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다가 중요한 순간에 고개를 돌려버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있을 땐 잘 몰라도 없으면 표가 나는 사람들,
순간 아찔하게 사람을 매혹시키거나 하지는 않지만 늘 언제 봐도 좋은 얼굴,
넉넉한 웃음을 가진 친구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가깝고 편안한 존재인지
그러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싶습니다.
두드러지는 존재, 으뜸인 존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 보아도 물리지 않는 느낌, 늘 친근하고 스스럼 없는 상대,
그런 친구들을 곁에 둘 수 있었으면
그리고 나 또한 남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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