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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마흔이라는 나이는 ...

     

    사십대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3월의 쌀쌀한 어느 날 저녁

    인사동에서 술 한 잔하고 헤어지는  내 등 뒤에 대고

    그리 말한다

    우리 이제 마흔인가?

    참 스산하게 들렸다.

    3월의 바람이 차가웠기에 더욱 그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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