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한가운데
열여섯살 폴라리스의 선물, 가나쵸콜렛
한닙
2006. 11. 27. 00:26
청주 사는 참새님이 퀼트샵을 오픈했다고 해서
진작 다녀온다고 벼르다가 지난 금요일 오후에야 들리게 되었다.
작고 아담한 퀼트샵은 아기자기한 퀼트 소품이 가득했다.
친구가 보던 퀼트 책을 참새님이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다고 하여
겸사겸사 다녀오게 된 가벼운 나들이 길이었다.
마침, 폴라리스님도 청주에 산다 하니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다.
폴라는 휴대폰이 없는 관계로 아버지 휴대폰을 하루 전세 내 비상연락에 들어갔다.
오전에 출발하려던 계획은 잡다한 집안일들로 결국 오후에 출발하게 되었고,
청주 진입로의 늘어선 플라타너스는 가을날 오후의 노을과 함께 였다.
참새님과 터미널 근처 한식당에 갈 무렵, 학원을 마친 폴라와 연락이 되었다.
여우비라는 이름으로 작년 이맘 때부터 알게 된 폴라는 나이에 비해 조숙한 중학생이었다.
날이 추우면 따뜻하게 옷 챙겨입으라는 당부에,
내 맘이 아플 때면 친절한 위로에,
우리는 조금씩 나이를 넘어서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중학생답게 가끔 블로그 포스트를 깡그리 날려 버려
폴라에 대한 기억들은 내 쓸모없는 메모리에 간신히 저장된 상태지만
간간이 기억나는 것들도 꽤 되는 것 같다.
그 날 처음 만난 폴라는 내 상상과 달리 너무 앳된 얼굴의 소녀였다.
참새님은 계속 폴라가 남학생인 줄 상상하고 있었다며 웃었다.
왜? 왜? 폴라가 남자라고 생각했을까, 참새님... ㅋ ^^
더군다나, 참새님의 퀼트샵 맞은편에 산다는 폴라는
수줍은 듯 돈이 없어 이거 밖에 못 사왔다며
너무나 낯익은 가나쵸콜렛 두 개를 참새님과 나에게 하나씩 내민다.
늦어지는 귀가길... 참새님이 끊어 준 버스표를 바라보더니 폴라님 대견한 한 마디를 더한다.
"제가 나중에 자립할 능력이 된다면, 그 때는 서연님 버스표를 꼭 끊어드릴께요.."
아, 그 날 돌아오는 늦은 귀가길 내내 ..
손에 들린 가나쵸콜릿과 함께 구름을 타고오는 그런 기분..
참새님, 겨울에 퀼트하러 꼭 다시 갈께요.
폴라님, 긴 이야기 다시 나눌 수 있기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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