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다닌다.
주중에는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지만, 토요일만 되면 나를 꼭 껴안아 주는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
그래서 나는 탱고를 춘다.
나는 하이힐과 꼭 달라붙는 치마를 입고 머리칼을 뒤로 넘긴 채, 혼신의 노력을 다해 탱고를 배웠다.
이제는 심지어 고풍스런 스타킹을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니기도 한다.
그건 마치 내가 테니스 선수라면 테니스 라켓을 항상 갖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핸드백 속에 스타킹을 갖고 다니며, 가끔씩 벤치 끝에 앉거나, 아니면 어떤 일 때문에 창구 앞에서 기다려야만 할 때,
아무 생각도 없이 무심코 그것을 만지작거린다.
.
.
.
이번 탱고는 완전히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고,
우주의 비밀을 헤아리는 곡이다.
음악이 끝나자
내 파트너는 다시 나라의 위기가 어쩌느니 하면서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얌전하게 그의 말을 듣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내가 어느 정도 시간을 주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아십니까? 경제도 형편없어졌습니다. 나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전에는 여자들을 식당에 데려가서 음식을 사주고, 다음에 호텔로 데려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여자들에게 아파트를 갖고 있으며, 그 아파트가 시내에 있느냐고 묻는 게 전부랍니다. 왜냐하면 내가 낼 수 있는 돈은 기껏해야 포도주 한 병과 닭 먹을 돈이 전부거든요 ."
나는 내 발을 날렵하고도 섬세하게 움직이게 했던 지난 파트너의 발을 기억한다. 또한 나는 행복해하는 이 남자와 함께 있으면서, 마찬가지로 행복한 표정을 지을 뚱뚱한 여자를 생각한다. 심지어 나도 뜨개질을 배우는 것이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 아파트는 없지만 시내 중심가의 하숙집에 방은 있어요. 아주 깨끗해요. 그릇도 있고, 수저 세트도 있고, 푸른 크리스털 술잔도 있어요. 아주 길고 멋진 포도주 잔이지요."
"푸른색이라고요? 그건 백포도주를 마시는 데 사용하죠."
"그래요. 백포도주를 마시는 거예요."
" 미안해요. 하지만 나는 백포도주는 건드리지도 않아요."
그러자 우리는 더 이상 춤을 추지 않고 헤어진다.
< 탱고 - 루이사 발렌수엘라 > 중에서
*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는 <환상 문학> 혹은 <마술적 사실주의> 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 있다고 한다.
라틴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정확히 정의 내리지 못하니, 나도 이런 거로구나 라는 감만 잡을 뿐이다.
위의 작품 <탱고> 외에 11편의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소개되어 있는 단편집을 구입했는데 아주 맘에 든다.
(갑자기 횡재한 기분..^^ )
'冊에 묻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화처럼 숨을 쉰다는 고래 이야기 (0) | 2009.01.09 |
---|---|
그리고, 삶이란 퀴즈 게임의 연속이다. (0) | 2008.12.19 |
동무와 연인 - 김영민 (2) | 2008.12.11 |
유진과 유진 / 이금이 (0) | 2008.11.21 |
죽음의 지대 / 라인홀트 메쓰너 (0) | 2008.11.19 |
지붕 위의 사람들 / 황인숙 동화, 이제하 그림 (0) | 2008.10.22 |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 전경린 (0) | 2008.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