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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그림자따라

반구정(伴鷗亭)에서 바라보는 임진강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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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서쪽으로 시오리 임진강가에 반구정(伴鷗亭)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습니다.

세종조의 명상이며 청백리의 귀감인 방촌 황희 정승의 정자입니다.

18년간의 영상직을 치사하고 90세의 천수를 다할 때까지 이름 그대로 갈매기를 벗하며 그의 노년을 보낸 곳입니다.

단풍철도 지난 초겨울이라 찾는 사람도 없어 한적하기가 500년 전 그대로다 싶었습니다.

당신은 아마 똑같은 이름의 정자를 기억할 것입니다.

서울 강남의 압구정(狎鷗亭)이 그것입니다.

압구정은 세조의 모신이던 한명회가 그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입니다.

반구정의 과 압구정의 은 글자는 비록 다르지만 둘 다 '벗한다'는 뜻입니다.

이 두 정자는 다같이 노재상이 은퇴하여 한가로이 갈매기를 벗하며 여생을 보내던 정자입니다만 남아 있는 지금의 모습은 참으로 판이합니다.

반구정과 압구정의 남아 있는 모습이 그대로 역사의 평가는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의 차이가 함의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압구정이 콘크리트 더미 속 한 개의 작은 돌멩이로 왜소화되어 있음에 반하여 반구정은 유유한 임진강가에서 이름 그대로 갈매기를 벗하고 있습니다.

나무야 나무야 에서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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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을 시작하는 날

아버지 산소에 다녀 오는 길,
반구정에  들렸다.
그 곳에서 임진강 건너 아버지가 가고 싶어하던 땅이 보였다.
 
아버지를 축축한 땅에 묻으러 가던 날,
버스의 창 밖으로 나는 처음 임진강을 보았다.
강 저 너머가 그 땅이로구나.
그토록 가고 싶어하시던 고향 땅.
 
도도히 흐르는 임진강 물결을 보며
아픈 현대사를 잠시 거슬러 생각했다.
강안(江岸)  저 너머 건너지 못하는 곳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春雪이 내린 한적한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