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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창

삼월이 들려주는 계곡의 요들







# 1.

삼월의 산길은 여전히 질척질척
그 느낌이 좋다.

눈 녹은 물이 흙에 스며드는 봄이 좋다.



# 2.

언젠가 서울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달려
여수 오동도에서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다.

그 때도,
삼월의 봄비가 내렸고 조금 때이른 동백꽃이 수줍은 듯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 3.

선운사 동백이 너무 보고 싶어 벼르고 벼르다가 간 여행길,
그 해는 선운사 동백이 조금 늦게 피는 탓에 허전하게 돌아선 적이 있다.

뜬금없이 그렇게 불쑥 연락하면 참 당황스럽다.
기분만 잘 맞춰주면 삼월의 요들도 같이 들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 때, 못 보고 돌아선 선운사 동백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4.

올해부터는 한달에 한 번은 여행을 다닐거야,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는데, 내가 좀 얌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도 한두번은 산에 가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장거리 산행까지 나가고
거기에 더해서 나홀로 여행도 다니겠다고 했으니,


# 5.

내깐에는 천천히 삼월을 시작한다고 생각했는데,

K형이 한마디 던진다.

-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바쁜 일은 미리미리 좀 해두고 내가 전화할 때는 덜 바쁘게 지내라.

이상하게도 K형에게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일이 겹친다.
거꾸로 K형은 아무리 바빠도 한가하게 전화를 받아주신다.(무진장 고맙다^^)
바쁘기는 K형이 더 바쁠텐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를 더 가져야 하나 보다.



# 6.

- 삼월이 되니까, 생기있어 보인다.

자연이 주는 생동하는 기운 때문이야.
그걸 몰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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