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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ssage

슬래그에 대하여 - 헤르타 뮐러


# 1.

여름에 스텝에서 하얀 슬래그로 된 댐을 보고 카르파티아 산맥의 눈 쌓인 봉우리를 생각했다.

흰색 슬래그가 굳으면 표면이 오톨도톨했다.
조개 껍데기가 박힌 모래바닥이나 회색거품처럼 보였다.

흰 슬래그에는 드문드문 분홍색 얼룩이 생겼다.
분홍색이 바래면 어째서 회색으로 변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갖고 싶을 만큼 매혹적으로 변하는지 모르겠다.
광물이라기보다 처량한 사람 같아 보인다

향수(鄕愁)에도 색깔이 있을까.



# 2.

비가 세차게 쏟아지면 슬래그 언덕에서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우리는 하얀 슬래그에 구멍을 뚫었다.
시간이 흐르면 슬래그 가루가 모래처럼 흘러내려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겨울에는 슬래그에 쌓인 눈에서 김이 올랐다.
우리는 슬래그 구멍 안에서 몸을 녹였고, 세겹으로 덮여 있었다.
눈 이불과 슬래그와 푸포아이카로 익숙한 유황냄새가 났다.
 

# 3.

<헤르타 뮐러>의 문장은 예민하고 섬세하다.

학창시절
겨울이면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곤 했는데
- 특히, 추운 겨울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기 싫을 때,
-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읽으면 아주 제격이었는데,

그 때와는
또다른 그러면서도 닮은 듯한
그런, 익숙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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