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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1973년의 핀볼 # 1. 안녕, 하고 나는 말했다. ......아니, 말하지 않았는 지도 모른다. # 2. 그녀는 가까스로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나에게 미소 지었다. 그리운 미소였다. 나도 미소 지었다. 무척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생각하는 척하며 손가락을 꼽아 보았다. 3년 쯤 된 것 같다. 눈 깜짝할 사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잠시 침묵했다. 찻집 같으면 커피를 마시거나 레이스 커튼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을 게다. 당신에 대해서 자주 생각을 했지,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비참한 기분이 되었다. 잠 못 이루는 밤에요? 그래, 잠 못 이루는 밤에, 하고 나는 되풀이했다. 그녀는 줄곧 미소를 짓고 있었다. 춥지 않으세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더보기
하루키를 좋아하시나요? 소설을 쓰는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재즈카페를 운영했다는, 경기장에 날아가는 야구공을 보며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다는, 일본의 학생운동 시대에 대학을 다녀서 - 어느 정도는 의식이 살아있는, 길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세계를 짚시처럼 옮겨 다니며 산다는, 42.195 킬로미터의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도 모자라 100 킬로미터의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겠다는, 나보다 스무살 쯤 많은 나이에도 감성이 새록새록 살아 새싹같이 돋아나는 사람 누군가 라고 물었다. 더보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희미한 남풍이 실어 온 바다 내음과 불타는듯한 아스팔트 냄새가 나로 하여금 오래 전의 여름을 연상하게 해주었다. 여자의 피부의 온기, 오래된 로큰롤, 갓 세탁한 버튼다운 셔츠, 풀의 탈의실에서 피운 담배 냄새, 희미한 예감... 모두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달콤한 여름날의 꿈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여름(언제였던가?) 꿈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결코 미인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녀에게 어울릴 만큼의 미인은 아니었다 " 그녀는 피서지 같아 보이는 어떤 바닷가의 방조제에 앉아서 어색한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다. 머리는 진 세버그처럼 짧게 깎았고( 그 헤어스타일은 나에게 나치스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연상시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