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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ssage

부조리




깊은
사색 3,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말하고,

또 말한다.


인간의 현실만큼 더 혹독하고 부당한 것이 없다.

인간들은 행위가 아닌 말이 힘을 갖는 세상,

최고의 능력은 능변인 세상에 살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

왜냐하며, 우리는 먹고, 자고, 생식하고, 정복하고,

우리 영토를 안전하게 지키도록 계획된 영장류이다

그런데, 이 일에 가장 특출한 사람들,

우리들 중 가장 동물적인 사람들이

항상 다른 사람들, 말 잘하는 사람들에게 잡혀 먹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말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원을 지키거나, 저녁식사를 위해 토끼를 잡아오지도,혹은 제대로 생식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가장 약한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건 우리의 동물적 본성에

아주 끔찍한 모욕이고, 타락이며, 깊은 모순이다.

                                                                     -열두살 소녀, 팔로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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