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진의 장례식장은 공교롭게도
지난 봄 광식형이 마지막 영결식을 치르던
맞은편에 있었다.
광식형의 영결식날 아침에
그 문 앞에서 일진을 만났었다.
- 형, 아침 먹고 오셨어요?
식사 못하셨으면 내려가셔서 아침 드세요.
아직 시간이 좀 남았어요.
그러면서 웃던 일진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던 며칠을 보내고
일진은 그 문을 통해 떠났다.
2.
지난 30년간 고정 출연진으로
불쑥불쑥 내 삶에 등장하던 일진아,
이제 네가 걸어야 할 길을
조금 천천히 걸어가렴.
네가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네 쪽에 서서
감싸주질 못해 미안하구나.
그동안 내 삶과 산길에 함께 있어 고마웠다.
다음 생에도 좋은 인연으로 만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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